귀 뒤의 4시간: 키미테패취와 먹는 멀미약, 무엇을 붙이고 삼킬까
귀 뒤의 4시간: 키미테패취와 먹는 멀미약, 무엇을 붙이고 삼킬까
9월로 넘어왔는데도 낮 볕은 아직 여름의 꼬리를 붙들고 있던 오후입니다. 약국 문이 열리고 아이 둘을 양쪽에 매단 보호자 한 분이 들어오셨어요. 큰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쯤, 작은아이는 그보다 한참 아래로 보였습니다.
“이번 추석에 시골 내려가는데요, 큰애가 차만 타면 한 시간도 못 버티고 토해요. 작은애도 슬슬 그러고요. 키미테 두 장만 주세요. 붙이고 타면 되는 거죠?”
멀미약 이야기가 나올 때 약국에서 가장 자주 정정해드리는 지점이 바로 그 “붙이고 타면”이라는 말입니다.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1.5mg)는 차에 타기 최소 4시간 전에 붙여야 제 몫을 하고, 만 7세 이하 아이에게는 성인용이든 어린이용이든 붙일 수 없습니다. 반면 이지롱내복액(디멘히드리네이트 50mg/30mL)처럼 먹는 멀미약은 승차 30분 전이면 충분하고, 만 3세부터 용량을 나눠 쓸 수 있고요. 같은 “멀미약”이라는 이름 아래 시간표도 연령표도 이렇게 다릅니다.
2026년 추석 연휴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이고, 그 뒤로는 단풍 여행철이 곧장 이어집니다. 차 안에서 보낼 시간이 부쩍 길어지는 계절이죠. 오늘은 약국 진열대에 나란히 놓인 멀미약들을 성분과 제형으로 갈라서, 누가 무엇을 언제 써야 하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1. 멀미약은 왜 “이미 울렁거린 뒤”에는 힘을 못 쓸까
멀미약은 예방약입니다. 속이 뒤집힌 뒤에 삼키는 약이 아니라, 뒤집히기 전에 미리 뇌를 달래두는 약이에요.
눈과 귀가 서로 다른 말을 할 때
멀미(motion sickness)는 우리 몸의 여러 감각기관이 보내온 정보가 서로 어긋날 때 생깁니다. 뒷좌석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눈은 “우리는 멈춰 있다”고 보고하는데, 귀 안쪽의 전정기관(vestibular organ)은 흔들림을 감지해 “우리는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 모순된 두 신호가 뇌에서 부딪히면서 두통, 어지러움, 구역, 구토가 줄줄이 따라 나오는 거예요.
이 신호가 오가는 통로에서 주로 일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히스타민과 아세틸콜린입니다. 멀미약은 이 둘 중 하나를 붙잡아 전정기관의 과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뇌의 구토반사중추와 화학수용체 방아쇠영역(chemoreceptor trigger zone, CTZ)으로 넘어가는 자극을 끊습니다.
그래서 “미리”가 전부입니다
문제는 이 차단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에요. 구토 신호가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뒤에 약을 넣으면 뒤늦게 도착한 소방차가 됩니다. 차 안에서 아이가 토하고 난 다음에 급하게 멀미약을 먹이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는데, 그때는 약보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찬 공기를 쐬는 편이 빠릅니다.
여러분도 “먹었는데 소용없더라”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그 대부분은 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시계가 늦었기 때문입니다.
2.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는 4시간과 3일의 약입니다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는 승차 4시간 전에 붙여 3일간 유지되는, 장거리·다일정 이동에 맞춰진 약입니다.
스코폴라민은 아세틸콜린의 자리를 대신 차지합니다
스코폴라민(scopolamine)은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항콜린제입니다. 중추신경계의 무스카린 수용체에서 아세틸콜린과 자리를 두고 경쟁적으로 결합해, 전정기관에서 뇌로 올라오는 흥분을 차단하고 구토반사중추를 눌러줍니다. 동시에 말초의 소화기관에서는 위장관 운동을 줄여 구역과 구토를 예방하고요.
피부를 통해 천천히 스며들어야 하는 경피흡수제라서, 붙이자마자 효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게 4시간이라는 숫자의 정체예요.
붙이는 자리, 시간, 그리고 떼는 법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1.5mg)는 이동 최소 4시간 전에 귀 뒤의 털이 없는 깨끗하고 건조한 피부에 1회 1매를 붙입니다. 한 장의 효과는 3일간 이어지고, 3일을 넘겨 더 필요하면 붙였던 것을 떼고 반대쪽 귀에 새것을 붙입니다.
떼어낸 패취는 부착면을 반으로 접어서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주세요. 다 쓴 패취에도 약물이 남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MRI 검사 예정이 있다면 반드시 미리 떼야 합니다. 패취의 지지체에 금속 물질이 들어 있어 촬영 중 부착 부위에 화상을 입을 수 있어요.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동공이 열립니다
패취를 붙인 뒤, 그리고 뗀 뒤에는 즉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이건 위생 차원의 권고가 아니라 안전 문제예요.
손끝에 묻은 스코폴라민이 눈에 닿으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산동(mydriasis) 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콜린제가 눈에서는 홍채의 동공조임근을 마비시켜 동공을 벌려놓기 때문입니다. 한쪽 눈만 크게 열린 채 며칠 불편을 겪다가 놀라서 약국이나 안과로 오시는 분들이 매년 이맘때 꼭 계세요.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지만, 그 며칠이 여행을 통째로 망칩니다.
아이 귀 뒤에 패취를 붙여준 보호자 손도 예외가 아닙니다. 붙이고 나면 손 먼저, 그다음이 아이입니다.
3일 넘게 쓰고 뗄 때는 반동이 옵니다
패취를 3일 이상 사용한 뒤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증상으로 어지러움, 구역, 구토, 두통, 평형감각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긴 배 여행이나 며칠짜리 일정에서 패취를 계속 쓰셨다면, 돌아온 뒤 하루이틀 어지럽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병을 의심하기보다는 이 가능성을 먼저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3. 먹는 멀미약은 성분에 따라 30분과 1시간으로 갈립니다
먹는 멀미약은 디멘히드리네이트 계열이면 승차 30분 전, 메클리진 계열이면 승차 1시간 전에 씁니다. 두 성분은 지속시간도 4~6시간과 24시간으로 크게 다릅니다.
디멘히드리네이트 — 이지롱, 토스롱, 보나링에이
디멘히드리네이트(dimenhydrinate)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우리나라 액상 멀미약의 주력 성분입니다.
이지롱내복액은 30mL 한 병에 디멘히드리네이트 50mg, 무수카페인 20mg, 피리독신염산염 5mg이 들어 있습니다. 승차 30분 전에 복용하고, 다시 먹어야 한다면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되 하루 3회를 넘기지 않습니다.
토스롱액은 여기에 성분이 더 붙습니다. 디멘히드리네이트, 카페인, 니코틴산아미드, 피리독신염산염에 더해 스코폴라민브롬화수소산염수화물까지 함께 들어 있어요. 이 점은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만, 토스롱액을 먹으면서 키미테패취를 붙이면 스코폴라민을 두 겹으로 쓰는 셈이 됩니다. 토스롱액은 승차 30분 전 복용, 하루 2회까지입니다.
보나링에이정은 디멘히드리네이트 50mg짜리 정제입니다. 성인은 승차 30분~1시간 전에 50~100mg을 복용하고, 하루 200mg을 원칙적인 상한으로 둡니다. 유당(lactose)이 첨가제로 들어 있어 유당불내성이 있는 분은 피하셔야 하고요.
복합제에 들어 있는 피리독신(비타민 B6) 은 구토를 억제하는 역할을 거들고, 카페인은 항히스타민제가 몰고 오는 졸음을 상쇄하려고 넣습니다. “멀미약 먹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면 카페인 때문일 수 있어요. 반대로 밤 운전을 앞두고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분도 계시니, 성분표는 한 번 읽어보실 만합니다.
메클리진 — 파비스염산메클리진정, 멀스토구강용해필름
메클리진(meclizine)도 항히스타민제인데, 성격이 꽤 다릅니다. 지속시간이 24시간으로 길어서 하루 한 번이면 되지만, 대신 효과가 오르는 데 시간이 걸려 승차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파비스염산메클리진정은 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 정제로, 멀미 예방 목적이면 승차 1시간 전에 25~50mg을 먹고 여행 중에는 24시간마다 반복할 수 있습니다.
멀스토구강용해필름은 같은 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을 구강용해필름으로 만든 제형입니다. 물 없이 혀 위에 올려 녹인 뒤 삼키면 되니, 이미 속이 울렁거려 물조차 부담스러운 분이나 알약을 못 삼키는 분께 쓸모가 있어요. 다만 입에 머금고 있지 말고 녹으면 삼켜야 합니다.
메클리진 제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령입니다. 두 제품 모두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투여하지 않습니다. 소아에서 과잉흥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 멀미약을 찾으시는 분께 메클리진 제제를 권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 제형별로 한눈에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대표 제품(성분·함량) | 사용 시점 | 지속시간 | 사용 가능 연령 | 특징 |
|---|---|---|---|---|---|
| 붙이는 패취 |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1.5mg) | 승차 4시간 전 | 3일 | 성인·청소년 (만 7세 이하 금지) | 한 번 붙여 장기 유지, 산동 위험 |
| 붙이는 패취 | 어린이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0.75mg) | 승차 4시간 전 | 3일 | 만 8~15세, 체중 20kg 이상 | 성인용과 반드시 구분 |
| 마시는 액제 | 이지롱내복액(디멘히드리네이트 50mg/30mL) | 승차 30분 전 | 4~6시간 | 만 3세 이상 | 카페인 20mg·피리독신 5mg 함유, 1일 3회까지 |
| 마시는 액제 | 토스롱액(디멘히드리네이트+스코폴라민 등 복합) | 승차 30분 전 | 4~6시간 | 만 3세 이상 | 스코폴라민 함유, 1일 2회까지 |
| 정제 | 보나링에이정(디멘히드리네이트 50mg) | 승차 30분~1시간 전 | 4~6시간 | 성인 기준 용법 | 1일 200mg 이하, 유당 함유 |
| 정제 | 파비스염산메클리진정(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 | 승차 1시간 전 | 24시간 | 만 12세 이하 투여 금지 | 하루 한 번, 장시간 이동에 유리 |
| 구강용해필름 | 멀스토구강용해필름(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 | 승차 1시간 전 | 24시간 | 만 12세 미만 사용 금지 | 물 없이 복용 가능 |
5. 어린이 멀미약은 나이와 몸무게가 먼저입니다
어린이 멀미약 선택의 첫 관문은 제품 이름이 아니라 아이의 만 나이와 체중입니다.
만 7세 이하에게 패취는 없습니다
스코폴라민 패취는 만 7세 이하 영유아에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성인용을 반으로 잘라 붙이는 것도 안 됩니다. 경피흡수제는 정해진 면적으로 정해진 속도의 방출을 설계한 제형이라, 자르는 순간 그 설계가 무너집니다.
만 8~15세이면서 체중이 20kg 이상인 어린이는 어린이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0.75mg) 를 씁니다. 나이는 여덟 살이 됐지만 체중이 20kg에 못 미친다면 이 역시 보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성인용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1.5mg)는 그보다 큰 청소년과 성인의 몫이고요.
만 3세부터는 액제로 갑니다
액상 멀미약은 만 3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복용시키지 않습니다. 만 3세부터는 연령에 따라 용량을 나눠 씁니다.
| 연령 | 이지롱내복액·토스롱액 1회 용량 |
|---|---|
| 만 15세 이상 | 1병 (30mL) |
| 만 11~14세 | 2/3병 (20mL) |
| 만 7~10세 | 1/2병 (15mL) |
| 만 3~6세 | 1/3병 (10mL) |
한 병을 나눠 먹인 뒤 남은 양은 입구를 잘 막아 보관하고 2일 이내에 쓰시고요. 재복용은 4시간 이상 간격을 둡니다.
만 3세 미만이라면요? 이 나이대에 쓸 수 있는 멀미약은 사실상 없다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대신 카시트를 창밖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두고, 한두 시간마다 차를 세워 바깥 공기를 쐬는 쪽에 힘을 쓰시는 게 낫습니다.
6. 이 약들이 몸에서 함께 만드는 부작용, 그리고 절대 겹치면 안 되는 조합
멀미약의 부작용은 대부분 하나의 뿌리에서 나옵니다. 바로 항콜린 작용입니다.
입마름, 졸음, 흐린 시야는 한 가족입니다
스코폴라민이든 디멘히드리네이트든 메클리진이든,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막는 성질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증상도 비슷해요. 입이 바싹 마르고, 졸리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소변이 잘 안 나옵니다. 여기에 변비, 빈맥, 어지러움이 얹히기도 하고요.
고령자에서는 이 작용이 더 세게 나타납니다. 흥분, 혼동, 섬망, 인지기능 저하까지 갈 수 있어서, 어르신을 모시고 장거리를 가실 때는 오히려 약을 최소한으로 두는 판단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스코폴라민은 과량이 아니어도 착란, 불안, 환각, 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발작이나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분에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졸음. 운전대를 잡을 사람은 멀미약을 먹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운전자가 멀미가 심하다면 그건 약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라 운전을 교대할 문제예요.
녹내장과 전립선비대증은 분명한 금기입니다
협우각 녹내장(narrow-angle glaucoma) 이 있는 분은 멀미약을 쓰면 안 됩니다. 항콜린 작용이 동공을 벌리면서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를 좁혀 안압이 급격히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배뇨 곤란이 있는 분 도 마찬가지입니다. 방광 배뇨근의 수축이 약해져 소변이 아예 막히는 급성 요폐로 이어질 수 있어요. 휴게소마다 화장실에 다녀와도 시원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밖에 스코폴라민은 서맥(느린 맥박)이 있는 분, 유문 협착·방광 폐색·장폐색이 있는 분에게 주의가 필요하고, 디멘히드리네이트는 간질 환자와 MAO 억제제를 복용 중인 분에게 금기입니다. 임부와 수유부는 두 계열 모두 피하는 쪽으로 잡으시면 됩니다.
붙이는 약과 먹는 약을 같이 쓰지 마세요
약국에서 가장 자주 말리는 조합이 이겁니다. “패취 붙였는데 그래도 불안해서 이지롱도 마셨어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항콜린 작용이 단순히 더해집니다. 입마름과 시야 흐림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고, 요저류와 혼동으로 넘어가면 여행지에서 손쓰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토스롱액처럼 스코폴라민이 이미 들어 있는 먹는 멀미약을 키미테패취와 함께 쓰면 같은 성분을 이중으로 투여하는 것이 됩니다. 성분명이 겹치는지 확인하지 않고 제형만 다르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정말 많아요.
같은 이유로 아래 조합도 피하셔야 합니다.
- 감기약·알레르기약·수면유도제와 함께 —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 같은 항히스타민제가 이미 들어 있어 중복됩니다.
- 술과 함께 —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제라 졸음과 진정이 훨씬 깊어집니다.
- 수면진정제(졸피뎀, 페노바르비탈 등)와 함께 — 같은 이유로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증강됩니다.
- 항콜린 작용이 있는 항우울제(파록세틴 등), 히드록시진 등과 함께 — 요저류, 변비, 입마름이 심해집니다.
- 다른 진토제와 함께 — 작용이 겹쳐 부작용만 남습니다.
7. 약이 전부는 아닙니다
멀미약의 예방 효과는 분명하지만, 흔히 기대하는 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실제 이동 상황에서 시험한 임상연구들을 모은 코크란 리뷰를 보면, 멀미 증상을 막아낸 비율이 위약에서 약 25%, 항히스타민제에서 약 40%였습니다(중등도 확실성). 도움은 되지만 절반 넘는 사람은 여전히 멀미를 겪었다는 뜻이죠. 반면 진정, 즉 졸음은 위약 44%에서 항히스타민제 66%로 늘었습니다(낮은 확실성). 이미 시작된 멀미를 치료하는 효과를 본 연구는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약과 함께 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시선을 멀리, 앞으로 둡니다. 눈과 전정기관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 뒷좌석 독서와 휴대폰은 멀미의 가장 좋은 친구예요.
- 앞좌석, 버스는 앞바퀴 쪽, 배는 중앙, 기차는 진행 방향 좌석을 고릅니다. 흔들림이 가장 적은 자리입니다.
- 출발 전 과식과 기름진 음식을 피합니다. 완전히 빈속도 좋지 않으니 가볍게 먹는 정도로요.
- 자주 환기하고 한두 시간마다 정차해 내립니다. 특히 아이가 탔다면 이게 어떤 약보다 확실합니다.
약국 현장에서 자주 묻는 질문
Q. 멀미약은 차 타기 몇 분 전에 써야 하나요?
제형마다 다릅니다.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는 승차 최소 4시간 전, 이지롱내복액·토스롱액 같은 마시는 약과 보나링에이정(디멘히드리네이트)은 30분 전, 파비스염산메클리진정과 멀스토구강용해필름 같은 메클리진 제제는 1시간 전입니다. 새벽 출발이라면 패취는 전날 밤에 붙여두셔야 시간이 맞습니다.
Q. 다섯 살 아이에게 키미테패취를 반으로 잘라 붙여도 되나요?
아니요, 안 됩니다. 스코폴라민 패취는 만 7세 이하 영유아에게 사용하지 않으며, 자르는 것도 안 됩니다. 경피흡수제는 정해진 면적에서 정해진 속도로 약물이 나오도록 만든 제형이라 자르면 방출 속도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 3세 이상이라면 이지롱내복액 1/3병(10mL)처럼 연령에 맞는 액제를 승차 30분 전에 쓰시는 쪽이 맞습니다.
Q. 패취를 붙이고 먹는 멀미약도 같이 먹어도 되나요?
아니요, 함께 쓰지 않습니다. 항콜린 부작용이 합산되어 입마름, 시야 흐림, 배뇨 곤란, 혼동이 심해집니다. 특히 토스롱액에는 스코폴라민이 들어 있어서 키미테패취와 함께 쓰면 같은 성분을 이중으로 투여하게 됩니다. 하나만 고르시고, 여행 도중 효과가 부족하면 약을 더하기보다 정차와 환기로 대응하세요.
Q. 패취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어떻게 되나요?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산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스코폴라민이 눈에서 동공조임근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며, 한쪽 눈만 크게 열린 상태로 며칠 불편할 수 있습니다. 패취를 붙인 직후와 떼어낸 직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고, 아이에게 붙여준 보호자도 손을 씻은 뒤에 아이 얼굴을 만져주세요.
Q. 멀미약 먹고 소변이 안 나오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지 않습니다. 배뇨 곤란은 항콜린 작용의 대표적인 부작용이고,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분에게는 급성 요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변이 마려운데 나오지 않고 아랫배가 불러온다면 약을 중단하고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협우각 녹내장이 있는 분도 같은 이유로 이 약들을 쓰지 않습니다.
약사의 시선
그날 아이 둘을 데려오셨던 보호자께는 결국 두 가지를 따로 드렸습니다. 큰아이는 만 여덟 살에 체중도 20kg을 넘겨서 어린이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0.75mg)를 출발 4시간 전, 그러니까 전날 밤에 붙이는 것으로. 작은아이는 여섯 살이라 패취는 아예 후보에서 빠졌고, 이지롱내복액 1/3병(10mL)을 출발 30분 전에 먹이는 것으로요.
계산대를 떠나시려는 뒷모습에 한 마디를 더 붙였습니다. “큰애 귀 뒤에 붙여주시고 나서, 손 씻기 전에 작은애 눈 비벼주지 마세요.” 보호자분이 잠깐 멈칫하시더니 웃으셨어요. “그런 것까지 있어요?” 네, 그런 것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문장 때문에 명절 하나가 통째로 편해지기도 하고요.
멀미약은 화려한 약이 아닙니다. 새로운 성분이 나온 지도 오래됐고, 효과도 사람에 따라 갈립니다. 하지만 이 약들만큼 “언제, 누구에게, 무엇과 함께”라는 세 가지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지가 결과를 크게 바꾸는 약도 드물어요. 4시간과 30분, 7세와 3세와 12세, 그리고 하나만 고르기. 이 셋만 손에 쥐고 계셔도 이번 연휴 차 안 공기는 꽤 달라질 겁니다.
올 추석, 여러분의 차 안에는 어떤 약이 실릴까요? 성분표 한 번만 읽고 담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약학정보원 — 멀미약 (팜리뷰)
- 약학정보원 — 어린이 멀미약 (팜리뷰)
- 약학정보원 — 스코폴라민(scopolamine) 성분 정보
- 약학정보원 — 키미테패취(스코폴라민 1.5mg)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어린이키미테패취(8~15세용, 스코폴라민 0.75mg)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이지롱내복액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토스롱액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보나링에이정(디멘히드리네이트 50mg)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파비스염산메클리진정(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 제품 정보
- 약학정보원 — 멀스토구강용해필름(메클리진염산염수화물 25mg) 제품 정보
- Cochrane Library — 멀미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항히스타민제 (CD012715)
- 헬스경향 — “멀미약, 이미 속 울렁거린 다음 먹으면 별무소용”
- 이데일리 팜 — 나들이길 준비물 ‘멀미약’, 차 타기 4시간 전 붙여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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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같은 멀미약이라도 나이, 체중, 기저질환,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와 용량이 달라집니다. 녹내장,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간질, 심장질환이 있거나 임신 중·수유 중이신 분, 다른 약을 복용 중이신 분은 멀미약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약을 사용한 뒤 심한 어지러움, 혼동, 환각, 소변이 나오지 않는 증상, 눈의 통증이나 시야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으세요.